[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내 마음 속의 해와 달 (차마고도 the end-샹그릴라) 본문
티베트인들은 불교의 경전을 넣어두는 마니차를 돌리면 경전을 읽는 것과 같다고 믿는다. 샹그릴라 사원에는 높이 21m, 무게 60톤에 달하는 대형 마니차가 있다. 이 초대형 마니차에는 성불을 염원한다는 뜻을 지닌 '옴마니반메홈'이라는 글자가 무려 124억개나 새겨져 있다고 한다.
세계의 지붕 티베트 라싸를 목전에 둔 차마고도는 샹그릴라를 통과한다. 티베트어로 '푸른 달빛 골짜기'를 뜻하는 샹그릴라는 영국 작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 등장한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샹그릴라는 험준한 설산과 협곡, 광활한 초원이 펼쳐지는 지상낙원으로 묘사된다. 동양을 신비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양인들은 히말라야 부근 어딘가를 피안의 세계로 꿈꾸고 있었다
홍군장정박물관(紅軍長征博物館) 입구에서 젊은 승려가 관광객들을 구경하고 있다. 박물관은 중국공산당 홍군이 1936년에 국민당 군대에 쫓겨 샹그릴라에 오게 된 과정을 구경할 수 있다.
험준한 호도협곡을 통과하면 차마고도는 샹그릴라로 이어진다. 티베트어로 '마음속의 해와 달'라는 뜻의 샹그릴라는 라싸로 들어가는 목전의 도읍이다. 원래 지명은 윈난성 디칭티베트족자치주 중뎬[中甸]이다.
해발 3000미터 이상의 고원이자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중덴현은 삼림이 경제 밑천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중극 정부의 천연림보호공정 정책으로 경제의 버팀목을 잃었다. 고민하던 윈난성 정부는 1997년 지역 이름을 샹그릴라로 개명했다.
샹그릴라는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이 1933년에 발표한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 나오는 지명이다. 소설에서 샹그릴라는 히말라야 부근 동양 어딘가에 자리 잡은 평화로운 지상낙원으로 묘사된다. 아름다운 설산과 험준한 협곡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윈난성 중뎬의 아름답고 신비한 분위기는 샹그릴라라 부를만 했던 것이다.
장족 아이들이 이층집 창문에서 외국인들을 구경하고 있다.
2001년 중국 국무원의 비준으로 샹그릴라로 정식 개명한 중뎬은 A급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지난 2011년에는 600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샹그릴라에서 58억 위안의 관광수입을 가져다줬다. 샹그릴라현이 속해 있는 디칭주는 현재 소수민족 문화생태 보호구역이며 윈난성 4대 문화브랜드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샹그릴라 중심가는 활기넘친다. 장족 전통가옥을 그대로 활용한 상점에서는 미처 등산복을 준비하지 못한 관광객들을 위해 노스 XXX도 팔고 있다. 가격은 좀 저렴한데 역시 중국이라 손이 가질 않는다. 중심 광장에는 전통복식의 장족 아낙네들이 가판을 깐다. 음식, 장신구 등을 파는데 그들 모습 자체가 관광상품처럼 느껴진다. 간단한 눈인사와 함께 셔터를 누른다.
해가 지면 장이 열렸던 광장은 체조 운동장으로 변한다. 30여분동안 음악에 맞추어 똑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배낭객들은 객잔에 머물며 인터넷 서핑을 하며 서로의 정보를 교환한다. 거리에는 홍등이 켜지고 몇몇 주점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차마고도에서 말을 찾기 힘들다. 장족 아낙네가 말 대신 삼륜 자전거를 끌고 울툴불퉁한 돌길을 지나고 있다.
윈난성 차마고도를 샹그릴라에서 마무리했다. 라싸는 외국인의 출입이 쉽지 않다. 한 방송사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잡는 바람에 여행 초기에는 적잖게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오지가 아직도 남아있을까? 사자와 코끼리가 뛰노는 아프리카는 부자들의 사파리 여행지이고, 남아메리카의 정글도 이제 오락 프로그램의 배경이 되는 세상이다. 예전에는 차와 말을 교역했다는 길은 대부분 아스팔트가 깔려 자동차들이 지나간다. 외지인들의 눈에 이색적인 차마고도 마을은 관광수입에 점점 더 의존해가며 그들의 생활풍습을 상품으로 내놓는다.
윈난성에는 무려 26개의 소수민족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 차마고도를 따라 엿본 그들의 삶에서 차마고도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자동차가 일반화된 중국에서 말들을 끌고 다니는 마방들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이제 그들은 생명을 걸고 험준한 차마고도를 지나며 말과 차를 교역하지 않는다. 다만 그러했다는 그들의 모습을 포장해 외지인들에게 팔고 있다. 나는 차마고도였던 길을 걷고 있었다.
2009. 8. 샹그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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