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판교면 영화세트장 본문
판교 차부상회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를 다녀왔다. 얼마 남지 않은 차부집을 찾기 위해서.
기차 간이역처럼 시골의 작은 버스 터미널이 차부집이다. 버스표를 판다. 버스표 판매는 부업이다. 잡화점, 방앗간, 약방, 음식점 등 마을에서 길목 좋은 곳에서 장사하던 가게에서 버스표를 팔았다. 버스가 정차하기 좋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작은 터미널이 된 것이다.
영화관으로 사용하던 건물. 영화관이 신통치않아 호신술도 가르쳤던 모양이다.
판교면 현암리는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영화관이 있을 정도로 잘 나가는 읍내였다. 판교역이 이전되고 우시장이 사라지자 사람들의 발길을 끊겼다. 사람이 오고가야 돈도 도는 법이다. 장사하기 녹록하지 않자 가게를 운영하던 사람들은 마을을 떠났다. 활력소가 될만한 어떤 계기를 찾지 못했기에 빈 가게들은 영화 세트장처럼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채 그래도 남겨져 있다.
간판들은 빛이 바랬다. 소문난 의원은 못 고치는 병이 없나보다. 내과, 외과, 소아과, 비뇨기과, 피부과, 골다공증 모두 치료한다고 간판을 내걸었다. 명의로 소문나 소문난 의원이었나? 보건약국이란 약방 이름이 꽤 믿음직스럽다.
재잘되는 참새들을 따라가봤더니 정미소가 나왔다. 이것도 버려진 건물이겠거니 했지만 기계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옛날에는 정말 닭 한마리를 통째로 튀겼다. 그래서 통닭이다.
사진관이라 그런지, 페인트 색깔이 아직까지도 산뜻하다. 파스텔톤 사진관 앞 고무다라 화분에서는 계속 생명을 키워내고 있다.
2015. 9. 판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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