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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지도에도 없는 마을, 물만골의 봄
낮 동안 퍼부었던 폭우가 그치고 물만골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도심 빌딩 불빛보다 화려하지 못하지만 황령산을 은은히 밝히는 물만골의 불빛이 따뜻하다. 부산 황령산 계곡에 자리한 동네다. 예로부터 물이 많이 나는 계곡이라 해서 이런 정겨운 이름이 붙었다. 물만골은 격동의 현대사를 지켜보며 이 땅의 숱한 민초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한국전쟁 때는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을 보듬었고, 급격한 산업화 동안에는 뿌리 뽑힌 농촌이주민들의 고향이 됐다. 부산에 큰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쫓겨난 철거민들도 물만골의 너른 품으로 찾아들었다. 물만골의 맑은 물은 외롭고 힘든 서민들의 눈물을 기꺼이 씻어줬고, 타는 목을 축이게 했다. 내일을 살아갈 힘을 보탰다. 물만골 사람들이 폭우에 유실된 하천 축대를 쌓고 있다. 주민..
- 찍고, 쓰고
2013. 3. 5.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