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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손녀의 손을 잡고 한 할아버지가 임진각 옥상 전망대에 오른다. 동전을 넣은 망원경을 손녀에게 건네며 북한 개성 송악산 방향으로 손을 가리킨다. 황해도 옹진군에서 피난 온 김기웅(인천, 72) 할아버지는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모르는 7살 손녀에게 자신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키가 장군처럼 컸어. 뱃사람들이 잡아온 물고기를 내다 팔았지. 맘씨도 좋아서 돈 없는 사람들에게도 물고기를 나누어 주었어. 시온이도 마음씨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어디 있냐며 머리를 긁적이던 손녀는 경의선 열차가 지나가자 박수를 친다. “저거 타고 할아버지 옛날 집 가면 되지?” 경의선 열차가 임진강 자유의 다리를 건넌다.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으로 북측에 있던 국군 포로 127..
어버이 날을 하루 앞둔 7일 이산가족 200여명이 경의선을 타고 도라산과 임진각을 방문했다. 서울역에서 기차에 오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슬픈 표정이 통신사 사진을 통해 흘러나왔다. 실향민들의 애달픈 표정을 보니 3년전 취재했던 제18차 이산가족 상봉이 떠올랐다. 제18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10년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두차례 금강산에서 열렸다. 다음 일정을 기약하지 못했기에 3년전의 이산가족 상봉은 현재까지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으로 기록됐다. 떠나는 순간이 가장 가장 애절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인 5일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남측 왕소군씨(84·오른쪽)가 북측 여동생들과 눈물의 이별을 하고 있다. 3박 4일 동안 금강산 호텔에 체류하며 행사를 진행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