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폭염 (2)
[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아침부터 태양이 이글거렸다. 출근하는 여성들의 복장이 부러웠다. 치마에, 반바지에, 나시에, 샌달에... 야외 취재가 많은 터라 내 몸은 노동자처럼 검게 그을리고 있다. 옷을 벗으면 하얀 반팔 티셔츠를 입은 것처럼 몸뚱이만 하얗다. 서울 마포대교 아래 이글거리는 태양을 편집국장이 느꼈다. 사진부로 오더니 '오늘은 폭염이네'하며 한 마디 던지고 자리를 떠났다. 머릿속이 이글거렸다. 휴가 기간이라 일할 사람이 별로 없다. 그리고 하필 나만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데스크가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더위 먹지 않게, 쉬엄쉬엄 해." '편집국장이 얘기했는데, 어떻게 쉬엄쉬엄 합니까?'라고 나오는 말을 삼켰다. 벌렁대는 가슴을 쓸어안고 썬크림을 덕지덕지 발랐다. 어디로 가야 1면에 올릴만한 장면이 나올까? 서울 여..
북극곰이 얼린 물고기와 닭고기를 먹고 있다. 최장기 장마가 끝나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다. 아지랑이 피는 아스팔트, 인산인해를 이루는 해수욕장과 수영장 등 폭염 사진이 신문을 장식한다. 때로는 더위에 지친 동물들의 표정도 종종 등장한다. 동물 사진은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표정과 달리 초상권이 없다는 점에서 취재가 편하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동물들의 얼굴 방향은 주로 먹이를 통해 유도한다. 폭염때문인지, 야생성을 잃어서인지 백수의 왕 사자는 무료한 표정이다. 동물원 사파리에 사진기자들이 모였다. 동물원측에서 동물들의 여름나기 보도자료를 배포했기 때문. 익숙한 소재도 있었지만, 기린 여름 특식과 코뿔소 머드팩은 참신한 소재였다. 30대가 대부분인 ..